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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홀딩스(081660), 의도치 않은 장기투자

이여운 2023. 1. 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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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다. 주식도 마찬가지. 증권사 계좌를 개설한 직후 호기롭게 매수한 종목이 연일 바닥을 친다면, 쓰라린 가슴과 뼈아픈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의도치 않은 장기투자는 가치투자가 아니다. 휠라홀딩스를 매수한 이유와 왜 손절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보고, 현황 및 전망과 함께 투자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기록한다.


수익률과 차트

2021년 12월경에 들어갔고, 이후 추가 매수를 통해 평단가를 소폭 낮췄다. 이른바 물타기였다. 분할 매수에 대한 계획 없이 진입했기에 한 차례 물타기 후 그저 묻어두고 관망했다.

 

휠라홀딩스(081660) 수익률
23.01.16 기준


2019-2023 휠라홀딩스(081660) 차트
2019-2023 휠라홀딩스(081660) 차트 I 미래에셋증권 MTS


매수 이유

망하지 않을 기업

주식 투자에 입문하며 가장 많이 참고한 투자자는 워렌 버핏이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그의 지론 중 하나는 '망하지 않을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당시의 사고 회로는 이렇게 흘러갔다.

 

"옷은 누구나 입으니까, 휠라가 망하진 않겠지"

 

왜 휠라 옷을 입을까?

누구나 옷을 입긴 하지만 굳이 휠라의 옷일 필요는 없다. '왜 사람들이 휠라 옷을 입어야 할까'에 대한 명분이 있어야 했다.

 

당시 휠라는 '아재(아저씨) 운동복' 취급을 받던 와중 브랜드 리뉴얼을 감행했고, 1020세대 타겟 전략이 뉴트로 트렌드를 타고 성공적으로 먹혔다. 그러나 인기는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1020의 교복'처럼 여겨지며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는 판단이 섰다.

 

그럼에도 휠라를 매수한 이유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혁신은 쉽지 않다. 한 차례 혁신적인 행보를 보여준 기업은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감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가격을 살펴본다.

 

기업가치에 적절한 가격인가?

가치투자에 꽂혀 있던 때에 PER과 PBR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 2021년 12월 기준 주가는 37,000원 내외, PER이 8배 정도였으니 괜찮은 수준이었다. 주식 입문 관련 책에서 'PER 10배 이하인 기업에 투자하라'는 말도 있었겠다, 매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증권사 리포트와 목표주가

핵심적인 매수 이유는 증권사 리포트였다. 입문자에게 전문가의 의견은 큰 영향을 미친다. 2021년 12월 3일 하이투자증권의 휠라홀딩스 리포트 제목은 '실적 향상의 키 팩터는 브랜드 가치 제고'였다. 목표주가는 50,000원(하향)이었고. 지금 주가가 37,000원인데 목표주가가 떨어진 게 50,000원? 게다가 브랜드 가치가 좋아지면 실적이 향상된다? PER과 PBR도 준수하고? 브랜드 가치는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기에 매수를 결정한다. KOSPI 지수가 2,968일 때였다.


오만함에 대한 반성

매수 직후엔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고 생각했다. 브랜드, 기업가치, 전문가 의견 등. 돌이켜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죄다 수박 겉핥기 식이다. 가치투자를 표방하면서, 기업이 뭘로 돈을 버는지 기본적인 매출 구조도 알아보지 않았다. 당시 주가는 하락세였기에 이만하면 바닥이겠거니 오판했다. 경제와 증시의 흐름을 읽을 생각조차 못했다. 증권사 목표주가와의 괴리가 컸기에 안심했다. 매수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도 장기·가치투자라는 착각에 빠져 손절하지 않았다. 손절매하지 않은 것 자체가 사실 손해다. 기회비용을 날린 셈이 됐으니. 무식했기에 용감했다.


현황과 전망

그간 마음 아파서 보지도 못했건만 다시 봐야 한다. 주가가 2022년 6월 26,500원으로 바닥을 찍고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세를 탄지 6개월째. 쌀 때 사는 것만큼 중요한 건 비쌀 때 파는 거다. 싸게 사지 못했다면 비쌀 때 팔기라도 해야 한다. 처음 매수할 때로 돌아가, 다시 처음부터 뜯어본다.


기업 분석

뭐하는 기업인가?

휠라(FILA) 제품을 만드는 기업인 휠라코리아가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휠라홀딩스로 사명을 바꿨다. 물적분할은 회사를 신설하고 신설한 회사(자회사)의 주식을 분할회사(모회사)가 소유하는 방식이다.

 

쉬운 예를 들자면, 옷 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母)가 '휠라코리아'라는 이름의 아들(子)을 낳아 가업을 물려준 셈이다. 아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독립하지 않는 이상 옷 가게 사업은 가정에 종속된다. 한편 어머니는 일전에 미국에서 '아쿠쉬네트홀딩스'라는 이름의 아들(子)을 입양했다. 이 입양한 아들에게도 아들이 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손자다. 손자들은 골프 용품 가게를 운영한다. 결론적으로 어머니는 옷 가게를 운영하는 아들과, 골프 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손자들의 아버지인 미국 아들을 데리고 있는 것이다. 모회사인 휠라홀딩스, 자회사인 휠라코리아와 아쿠쉬네트홀딩스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돈을 버는가?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 자체가 사업 내용이라, 주요 매출을 자회사에 의존한다.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수익, 자회사 경영자문을 통한 자문료 수익 등이 휠라홀딩스의 주요 수입원이다. 자회사가 돈을 잘 벌수록 지주회사의 가치도 높아진다. 따라서 어느 자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크게 FILA 부문과 Acushnet 부문으로 나뉜다. 흔히 아는 신발·의류·용품 등 필라(FILA)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축이, 타이틀리스트(Titleist)·풋조이(FootJoy) 등 골프 브랜드를 보유한 아쿠쉬네트(Achushnet)를 중심으로 또다른 축이 있다. 패션의 휠라, 골프의 아쿠쉬네트로 요약할 수 있겠다.


주가 현황과 전망

7일 연속 상승세인 휠라홀딩스는 23년 1월 16일 기준, 전일 대비 1.85% 상승한 35,8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상승 배경에는 아쿠쉬네트의 성장을 바탕으로 휠라코리아를 포함한 전반적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환율 상승의 수혜, 중국의 전면적 리오프닝 등을 볼 수 있다. 한동안 주가가 바닥을 쳤기에 등락을 반복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걸로 보여진다. 증권사 리포트들은 실적의 점진적 개선을 보수적으로 전망하며 목표가를 유지·하향하는 추세다.

 

의견

이제 증권사의 목표가는 보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로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지만 실적만을 보지도 않는다. 결국 주가는 수요와 비례한다. 좋은 기업이라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주가는 하락하기 마련이다. 가치투자가 놓치는 점이다. 스포츠 산업 전망은 분명 긍정적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여가의 비중은 커진다. 아쿠쉬네트가 주력으로 삼는 골프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휠라코리아는 테니스 관련 사업을 강화 중이다. 가능성이 큰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도 좋다. 중국의 대표 스포츠의류 기업을 앞세워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덕분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휠라홀딩스는 좋은 종목이다.

 

처음 휠라홀딩스를 매수할 때도 휠라홀딩스는 좋은 종목이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과열된 상태였고 금리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단순히 묻어두겠다며 매수한 건 성급했다. 이후 증시는 쭉 하락세를 탔고 휠라홀딩스 역시 6개월 간 떨어졌으니. 섣부른 추가 매수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상승세에 힘입은 감정적 매수를 자제하려 한다. 휠라 브랜드의 재혁신이라는 작은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서도 안 된다. 다만 매도는 신중해야 한다. 중국 시장 테니스 라인을 통한 휠라코리아의 성장이 아쿠쉬네트를 뛰어넘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 경우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기다려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흐름을 유지할 때 3만원 후반 내지는 4만원 초반에서 매도하는 것이 적절할 거라고 본다.

 

FILA in London
FILA in London I Flickr


시장과 미래를 예측하려는 행동은 미련한 짓이라는 글을 읽었다. 맞는 말이다. 때문에 주가가 어떻게 되리라 장담할 수 없다. 예상과 다르게 다시 하락세를 탈지, 또는 뜻밖의 호재로 급등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는 판단 하에 당분간 기다려보며 천천히 매도할 생각이다. 의도치 않은 장기투자로 날려버릴 기회비용을 조금이나마 아껴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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