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개그콘서트 폐지와 함께 지상파 공개 코미디는 막을 내렸다. 케이블 채널 tvN이 여전히 코미디빅리그를 방송하며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잇고 있지만 큰 흐름은 TV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매체의 변화는 콘텐츠의 변화를 촉발했다.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 메타코미디클럽을 소개한다.
스탠드업 코미디란 무엇인가?
스탠드업 코미디(Stand-up comedy)는 코미디언 혼자 무대에 서 마이크 하나 들고 관객을 웃기는 코미디 형식으로 18-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자니윤 쇼>를 시초로 볼 수 있으며, 2017년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각종 소품이나 컨셉, 게스트 등을 활용해 웃음을 자아내지만 스탠드업 코미디에서는 입담 하나로 관객을 웃겨야 한다. 전쟁터에 칼 한 자루만 들고 나가는 것처럼, 난이도와 부담감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극적인 소재들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 점에서 한국의 정서와 결이 달라 한동안 대중화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근래 다양한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 쇼가 나오고 있지만 문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메타코미디클럽은 앞선 제약들을 유하게 솎아내며 등장한다.
메타코미디클럽의 시작
2022년, 국내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가 메타코미디클럽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다. 메타코미디에는 피식대학, 숏박스, 면상들, 스낵타운을 비롯한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이들이 메타코미디클럽의 주요 출연진이다.
구성
이게 스탠드업이냐??
메타코미디클럽 1화의 제목이다. 전통적인 스탠드업 코미디는 헤드라인 또는 쇼케이스 형식이다. 두 형식 모두 여러 공연자가 출연해 각자 15-20분, 길게는 45분 정도의 분량으로 진행하는 긴 호흡의 바톤 터치 구조다. 반면 메타코미디클럽의 핵심은 '웃음 참기'다. 한 화에는 8명이 출연한다. 1명의 공연자는 1-2분 내외의 짧은 쇼를 하고, 관객이자 나머지 7명의 공연자는 웃음을 참는다. 웃음이 터지는 순간 바톤을 터치하는,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이게 무슨 스탠드업이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 짧은 호흡의 구성이 스탠드업 코미디의 문턱을 낮췄다. 코미디언들은 긴 시간 혼자 끌고 가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짧은 시간 동안 딱 웃음에만 초점을 맞춘 개그를 펼친다. 덕분에 릴스나 쇼츠 같은 숏폼 컨텐츠로서의 활용도도 높다. 짤막한 클립 영상들이 화제가 되며 본편으로의 유입을 늘리게 된다. 유튜브라는 플랫폼 덕에 TV와는 달리 심의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공개 코미디보다 조금 더 자극적인 소재들로, '웃음'과 '한국 정서'의 경계를 자유로이 시험해볼 수 있다. 메타코미디클럽을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유다.
콘텐츠의 확장
러브데스코미디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앞서 설명한 스탠드업은 2부이고, 1부에서는 각자의 근황을 나눈다. 근황 토크에서 웃기라고 강요한 사람은 없지만 이들이 그냥 나누는 대화마저도 웃기다는 댓글이 많다. 때문인지 2주 전에 메타코미디클럽 채널에 새로운 포맷의 영상이 업로드 됐다. 사실상 1부의 확장판으로도 볼 수 있는 러브데스코미디가 그것이다.
메코클이 '불'이라면 러브데스코미디는 '물'이에요.
1화에서 코미디언 김경욱이 한 말이다. 웃기려고 바짝 긴장한 메타코미디클럽 포맷과는 달리, 러브데스코미디처럼 편안하게 자기의 속사정을 얘기할 곳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볍게 술을 마시며 여러 이야깃거리를 푸는 형식이다. 타이틀은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앤솔러지(Anthology) 시리즈 <러브, 데스 + 로봇>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편안한 분위기를 표방하지만 첫 화의 제목이 '클럽에서 천만원을 쓴 건에 대하여'라는 점은 유머다.
머천다이즈(MD·Merchandise)
유튜브 채널의 운영에 더해 흔히 굿즈(goods)라고도 하는 머천다이즈 시장에도 진출했다. 메코클 6화의 명장면을 프린팅한 티셔츠를 제작·판매하는 한편, 나름의 서사를 담은 후드티를 디자인해 크라우드 펀딩에도 나섰다. 후드티의 경우 선착순 100명이라는 인스타그램의 공지와 함께 펀딩을 시작했고 치열한 경쟁 속에 프로젝트를 마감했다. 경쟁률은 0.33 대 1이었다.
코미디를 넘어 예술로
코미디도 예술이 될까? 서울 상수동의 한 전시장에서 열린 턱치회. 메타코미디 소속 코미디언 이창호와 김성구 크리에이티브 매니저가 기획한 전시회다. 이창호 본인의 턱에 대한 콤플렉스를 담았다는 이 전시회는 엑스레이를 비롯한 턱 사진과 석고상, 행위 예술 퍼포먼스, 첼로 연주와 베테랑 도슨트의 설명으로 이루어졌다.
이창호 기발함은 어디까지...턱 콤플레스 보듬어 복합 예술로 I 2022.12.17. I 한겨레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무한도전과 개그콘서트를 보며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시절은 지났다. 하지만 괜찮다. 많은 코미디언들이 더 자유롭게 웃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코미디 없이도 웃을 일이 많은 사회여야겠지만, 그런 사회에도 코미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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