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를 낮춰 상장을 강행할 거라는 예상이 틀렸다. 큰 원인은 수요예측 부진에 있겠지만 애당초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IPO를 진행한 것과 앞뒤가 안 맞는다. IPO 대어로 주목 받았던 오아시스가 상장을 철회하게 된 현실적 원인을 알아보자.
애초에 IPO를 진행한 이유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IPO를 진행한 이유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30일 중앙일보의 기사에서 왜 IPO 혹한기에 상장하냐는 질문에 안준형 대표는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적정 가치를 평가받아 중장기적으로 보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한겨레에서는 상장을 미룬다고 해도 언제 시장이 좋아질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의 말만 보면 강력한 상장 의지가 드러난다.
예상과 다른 수요예측 부진
수요예측 부진은 오아시스의 과한 자신감 탓이었다. 오만했다는 게 아니라 배수의 진이 쳐진 상태였다.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를 1조원 정도로 잡고 투자한 회사들이 많았기 때문. 본전 뽑으려면 적어도 공모가가 3만원 후반 정도가 나와야 했다. 그런데 기관투자자들이 써낸 가격이 2만원대였으니. 공모가를 그만큼 낮춰 진행하면 기업가치가 대략 30~40% 낮아진다. 공모가 2만원이면 6,000억원이다. 기존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안 내킨다.
안준형 대표는 기존투자자 대부분이 중장기적 동반자라며 상장 직후 매도 우려가 낮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10%의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모가가 3만원이면 유니슨은 1년 반 만에 30% 이상의 차익을 볼 수 있었지만, 2만원이면 약 16% 손실을 보는 셈이니. 반대하는 게 당연하다. 상장 이후 주가는 아무도 모르니 확실한 이익을 챙기는 게 낫지 않은가? 결국 유니슨 설득에 실패한 이사회가 상장 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개념
SI와 FI
그렇다면 공모가 하향에 동의한 기존투자자들은 누구일까? SI와 FI에 관한 개념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SI(Strategic Investors)는 전략적 투자자를 말한다. 경영권 확보나 사업 영위 목적으로 돈을 댄다. 말 그대로 전략적인 목적이다. 투자하는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이라 장기적인 시각으로 투자한다. 여러 기존투자자들이 중장기적 동반자라 매도 우려가 낮다는 대표의 말이 맞다. 선한 목적이기보다는 애초에 그게 목적이니.
한편 FI(Financial Investors)는 재무적 투자자다. 회사 경영엔 관심 없고 오직 차익만을 노린다. 공모가 하향에 반대한 유니슨이 FI다. 각자 자신의 목적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구주매출과 의무보유확약
주식회사는 상장 전에도 주식을 발행해 돈을 끌어쓴다. 상장할 때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걸 신주발행,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을 파는 걸 구주매출이라고 한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공모주 청약이 꺼려지는 경향이 있다. 성장성 좋고 꾸준히 주가가 오를 기업이라면 기존 주주들이 계속 주식을 갖고 있을 텐데, 팔고 빠진다는 건 여러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
한편 의무보유확약은 주식의 의무적 보유를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보호예수를 걸면 일정 기간 매도를 할 수 없다. 상장 전 대주주 보호예수는, 상장 후 대주주가 물량을 떠넘기며 차익을 실현해 빠져나갈 위험을 없앤다. 보호예수 비중과 기간을 참고해 공모주 투자 판단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겠다.
오아시스의 IPO 시장 복귀를 기다리며 청약 증거금을 모아야겠다. 꾸준한 팔로업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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