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근본적 원인 해결은 경제적 고찰에서 시작된다. 과거 다산(多産)의 이유가 농업 인구 생산에 있었기 때문이다. 농경사회를 벗어난 현대의 산업사회에서 동일한 패러다임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
부모와 자녀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
수저계급론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 능력을 수저 색깔에 비유해 금수저, 은수저 등으로 비교하는 것이다. 이를 관통하는 개념이 자산의 대물림이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자녀의 교육과 직업, 나아가 경제적 지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로 입증됐다. 양육 과정과 상속·증여까지 고려한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가 성립된다.
농경사회에서는 반대로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관계가 성립될 수 있었다. 농사의 대부분이 수작업이라 인력이 갖는 중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자녀가 비용으로 인식되는 지금과 달리 과거에 자녀는 자산이었다. 저출산 사회의 근본적 해답은 자산으로서 자녀의 가치를 키우는 데 있다.
자산으로서 자녀의 가치, 그리고 교육
그저 각 개인이 자녀를 잘 키워야 한다는 단편적 시각은 대책이 될 수 없다. 거시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조의 변혁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 때문에 정부의 중요성이 커진다. 우선 교육에서 시작한다. 지금의 줄 세우기식 평가는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해진 크기의 파이를 어떻게 나눠 먹느냐의 문제다. 분배가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파이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 교육 이전 단계를 아무리 손봐도 목적지가 그대로인 이상 효과는 없다. 대학서열 및 높은 대학진학률이 보여주는 입시 과열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학생들은 각 가정의 자녀임과 동시에 국가의 자산이다. 100명을 줄 세워 순서대로 좋은 직업을 주는 게 아니라 100명 모두가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의 과제다. 국가는 R&D(Research and Development · 연구개발) 및 벤처 기업 등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에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중등 교육 단계에서부터의 지원과 장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녀의 부양에 대한 제약
현행법상 자녀가 부모에게 증여하는 것도 과세가 된다. 직계 존속과 직계 비속 간에 증여 시 10년간 5천만 원까지는 비과세지만 이를 넘어가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다. 사실상 자녀의 부양을 제한하는 장치인 것이다. 자녀 양육에 3억이 들었을 때, 자녀가 부모에게 이를 갚는 셈 3억을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공제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10년 단위로 일시에 1억 5천만 원씩 2번 증여하게 되고 이 경우 약 2천만 원의 증여세가 부과된다. 부모의 자녀 양육 비용 3억은 과세되지 않는다. 부모는 자녀에게 증여 받기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자산 대물림의 메커니즘을 뒤집는다면
자산으로서 자녀의 가치를 키우기 위한 제도적 조치로 자녀의 부모 증여 시 공제 확대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2022년 논의되었던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는 부의 대물림을 강화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세대 간 자본이전은 부모에서 자녀로 진행되는 게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이 메커니즘을 뒤집는다면, 자녀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농경사회에서 그랬듯이 자녀를 낳을 경제적 유인이 생긴다. 양육의 패러다임은 부모가 어떻게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줄지가 아니라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 부모를 부양할 수 있을지가 된다.
효도는 생각보다, 많은 사회 문제의 해결책이다. 저출산의 핵심은 '내가 먹고 사는 문제'다. 일단 내가 먹고 살기 바쁜데 자녀를 왜 낳는가라는 질문을 뒤집어야 한다. 내가 먹고 살기 위해 자녀를 낳는 사회여야 한다. 효도를 경제적 개념으로 확장해 자녀가 자산이 되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될 때, 저출산은 물론 부의 대물림에서 비롯되는 사회 정의와 평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장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한 정책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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