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야기하자 주가는 하락, 환율은 상승했다. 킹달러니 갓달러니 하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달러화는 경제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다. 국제거래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기축통화이기 때문. 그런데 달러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려면 미국이 늘 적자를 봐야 한다니? 달러의 구조적 모순을 담은 트리핀 딜레마에 대해 다룬다.
트리핀 딜레마란
예일대 교수인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이 1960년에 제시한 설명이다. 미국의 달러가 국제거래에 사용되려면 세계 각국이 충분한 달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 안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밖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야 한다. 기축통화국이 무역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만일 들어오는 돈이 더 많다면? 각국에 충분한 달러가 없어져 국제거래에 달러가 사용되기 힘들다.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가진 구조적 모순이다.
등장 배경
기축통화
기축통화(Key Currency)란 국제외환시장에서 금융거래나 국제결재의 중심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외국의 식당에서 만원권, 오만원권을 낼 수 없듯 원유나 코로나 백신을 수입할 때도 원화를 낼 수 없다. 국제거래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화폐를 내야 한다. 기축통화는 누가 따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당대 강대국의 화폐를 쓴다. 역사적으로 영국의 파운드화와 미국의 달러를 기축통화로 본다.
브레튼우즈 체제
가장 오래된 화폐이면서 가장 안정적인 실물 자산으로 꼽히는 금. 19세기 말에는 각국의 통화가치를 금 기준으로 고정시켜 놓은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세계경제가 성장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전환기를 맞았고, 이후 미국·영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이 1944년 미국의 브레튼우즈라는 도시에 모여 브레튼우즈 체제를 만들었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달러화·파운드화 중심의 조정가능한 고정환율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미국·영국은 금과 자국통화의 교환비율을 정하고 다른 국가들은 미국 달러·영국 파운드에 자국통화의 가치를 연결시키는 형태다. 사실상 기축통화를 정한 셈.
트리핀의 의회 연설
브레튼우즈 체제 도입 이후 미국의 적자가 해마다 늘어나자 미국 의회는 해법을 찾고자 청문회를 연다. 의회에서 트리핀은 상술한 설명을 제시했고, 해당 내용은 트리핀의 딜레마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허용하지 않으면 유동성, 즉 달러 공급이 줄고 세계 경제가 위축된다. 반면 적자를 감수하면서 달러를 공급하고 적자를 지속하면 달러화 가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
기축통화의 역설, 해답은?
트리핀의 제안
트리핀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트리핀은 세계화폐를 만들어 국제거래에 이용하자는 제안을 한다. 국제중앙은행 같은 것을 설립해 직접 통화를 발행하게끔 하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는 IMF가 그런 식으로 바뀌는 것도 가능할 거라 봤다. 하지만 60년대 초반에 이 제안을 지지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비트코인? 암호화폐?
Fed 세인트루이스 지사 연구 부문을 이끄는 부회장, 경제학자 데이비드 안돌파토(David Andolfatto)가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한 국가의 화폐를 기축통화로 쓸 게 아니라 민간에서 발행된 암호화폐를 기축통화로 쓸 수 있다면? 당장 현실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아니지만 훗날 가능할지도.
역설은 통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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