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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히는 아재 개그를 하는 방법, 코미디의 3요소

이여운 2023. 3.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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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집이 따로 있을 정도로 한창 유행했던 아재 개그. 아재 개그란 아저씨와 개그의 합성어로 대개 아저씨들이 하는 재미없는 농담을 의미한다. 언어유희, 말장난이 주로 활용된다. 사실 웃기는 데에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패턴이 있다. 국내외 코미디언들을 통해 코미디의 3요소, 즉 웃기기 위해 필요한 3가지를 정리한다. 무대나 관객 같은 원론적 내용 말고 적용 가능한 실전적 내용을 다룬다. 늘 탄식을 낳는 아재 개그를 던지고 있다면 한번 참고해보는 것은 어떨지.


Brief

1. 한 번 터진 걸 반복해라

2. 비유를 활용하고 때로는 과장, 때로는 생략해라

3. 남들의 예상을 벗어나라

 

모든 일이 그러하듯 안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알면 쉽다. 위의 3가지는 여러 코미디에서 따왔다. 세 요소의 공통점은 섬세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 웃음은 관찰상상력에서 만들어진다.


1. 한 번 터진 걸 반복해라

술자리나 모임에서 어쩌다 모두를 빵 터뜨린 단어가 나중에 다시 언급될 때 또 한 번 빵 터졌던 경험이 있으리라. 고전적인 수법이다. 처음 웃었을 때가 떠올라 저항 없이 또 웃게 된다. 현직 코미디언들도 자주 활용한다.

 

발레 안 나온 새X 누구야

YouTube 메타코미디클럽은 코미디언 8명이 한 명씩 무대에 나와 1-2분 동안 나머지 7명을 웃기는 포맷이다. 8화에서 이재율이 이상한 옷(?)을 입고 나와 친 개그가 폭소를 자아냈는데, 바로 다음에 나온 최준이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오자 한 차례 더 폭소가 나온다.

 

01
메타코미디클럽 8화 中

여담으로 같은 채널의 다른 영상(러브데스코미디 1화)에서 이창호는 막내 시절 선배 개그맨들에게 캐릭터의 3요소를 강의한 적 있다고 말했다. 톤, 성격, 그리고 버릇이라고 한다.


2. 비유를 활용하고 때로는 과장, 때로는 생략해라

비유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저는 주식 투자를 안 합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돈이 널 위해 일하게 해"

저는 제가 일하고 돈은 쉬게 놔두기로 했습니다

돈한테 일을 시켜봤자 해고되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사인필드 中

 

돈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하라는 말은 주식 투자를 권유할 때 쓰는 오래된 비유다. 제리는 이 비유를 그대로 가져와 활용했다. 돈을 잃을 수 있어서 주식 안 한다는 얘기를 재밌게 풀어낸 셈. 비유는 상상력을 자극해 웃음을 만든다. 한 가지 예시가 더 있다. 마찬가지로 사인필드에서 나왔다.

 

어떤 친구랑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보게 됩니다

내가 연락 안 해도 자꾸 연락이 오니까요

공통점이 없는 사람과 얘기할 때 버티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이 토크쇼 진행자라고 상상하는 거죠

대신 이런 말은 할 수 없습니다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ichael Richards and Jerry Seinfeld I Wikimedia Commons

과장과 생략

제 가죽 재킷이 망가졌어요

가죽은 왜 물에 약하죠?

이해가 안 가요

소는 대부분 밖에 있잖아요

비가 오면 소들이 농가로 가서 이러나요?

"들어갑시다. 우린 가죽을 입었어요"

"문 열어요. 옷을 다 버린다고요"

 

사인필드 中

 

외투가 망가진 것도 개그 소재로 삼는 코미디언. 가죽의 중간 처리 과정은 가볍게 생략하고 과장해 이야기함으로써 관객을 웃긴다. 개그콘서트에서도 생략이 쓰인 적 있다. 유민상과 김민경의 코너였는데, 식당에서 데이트 중 화가 나 집에 가려는 김민경에게 유민상이 음식 나왔다며 먹고 가라고 말한다. 보통 "네가 먹고 가라 그러면, 내가 알겠다 하고 먹고 가야 돼?"라고 하겠지만. 김민경은 "네가 먹고 가라 그러면, 내가 알겠다" 이러고 그냥 자리에 앉는다. 생략이 잘 쓰인 예시.


3. 남들의 예상을 벗어나라

아재 개그가 욕 먹는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뻔해서 그렇다. 이미 남들이 아는 말장난으로는 웃기기는커녕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 뿐. 심지어 아재 개그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탓에 웃기기가 쉽지 않다. 뜬금 없지 않으면서도 예상을 벗어난 개그가 성공할 수 있다.

 

메모장 들고 개그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디온 콜(Deon Cole)은 30분 동안 말로 웃겨야 하는 자리에 메모장과 펜을 들고 올라간다. 개그콘서트나 코미디 빅리그에 대본을 들고 올라가는 개그맨이 없듯이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개그 소재가 적힌 메모장을 꺼내는 예상 밖의 모습에 관중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너무도 당당하게 꺼내서 대놓고 본다니. 심지어 중간에는 뭘 말해야 할지 까먹어서 메모장을 뒤지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지금 웃기러 갑니다(2021) 시즌 1에서 시청할 수 있다. 제목은 펜을 든 코미디언, 디온 콜.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상황만으로도 웃기는 코미디언이다.

 

Deon Cole
Deon Cole I Wikimeedia Commons

아니 노래 끄지마세요

메타코미디클럽의 기본 포맷은 스탠드업 코미디다. 고유의 배경음악이 깔리면 한 명이 천막 뒤에서 나와 마이크를 잡고 음악이 멈춘 후 개그를 시작한다. 그런데 2화의 강현석은 노래를 끄지 말아달라고 하더니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개그를 하랬더니 리듬을 타는. 웃음은 이같은 뜻밖의 상황에서 나올 때가 있다.


코미디 역시 많은 연구와 훈련이 필요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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