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를 시작으로 비슷한 테스트들이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라온다. 질릴 만하면 새로운 게 계속 나오는데, 똑같은 패턴으로 유행을 탄다. 얼마 전에는 라벨 스티커 테스트라는 게 나왔다. 누가 링크를 공유해줘서 해봤더니 광고를 봐야 결과를 볼 수 있다길래 기함을 했다. 이런데도 그렇게 유행을 탔다고? 잘 뜯어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다.
라벨 스티커 테스트란?
MBTI 같은 성격유형검사의 하나. 질문에 답을 하면 자주 할 것 같은 말들을 스티커로 보여준다. 링크는 아래에 첨부한다. 재미로 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유사 MBTI 테스트가 나쁘다고 할 이유도 없고.
결과 확인
결과를 보려면 광고를 봐야 한다. 쿠팡 파트너스에 신물이 날 지경. 대부분 그런 것 같던데. 쿠팡은 그럼에도 마케팅 실익이 있으니 계속 하는 것이려나.
누가 만들었나?
라벨 스티커 테스트는 (주)쿠키로켓에서 운영하는 케이테스트라는 온라인 플랫폼의 콘텐츠다. 쿠키로켓은 2020년 3월 10일에 설립되어 8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 올라온 기업 소개는 아래와 같다.
유사 MBTI 테스트가 유행하는 이유
돈이 되기 때문
이런 건 보통 프로젝트로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회사에서 하는 거였다. 일전에 있었던 여러 검사 사이트에도 광고가 엄청 붙은 걸 보고 돈이 되겠다 생각은 했으나. 이렇게 대놓고 결과 보려면 광고를 누르도록 설정하다니. 실로 참신한 발상이다. 이게 돈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으나 5천만 이상의 누적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수익이 꽤 될 수도. 회사에서 각 잡고 만드니 먹히는 거라고 본다. 물론 많은 콘텐츠 중 일부만 유행이 되긴 하겠지만.
중요한 건 돈이 되는 것도 사실 유행을 타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핵심은 사용자에 있다. 회사가 고용한 인플루언서로부터 시작 됐을 수는 있으나, 일반 대중이 사용하며 유행을 타는 건 별개의 문제다. 무엇이 이들을 유사 MBTI로 이끌었을까. 개인적으로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직관성, 정체성, 그리고 관심
첫째는 직관성. 질문에 몇 개 대답하면 결과가 바로 나온다. 일일이 손으로 작성하고 시간 지나야 결과가 나오는 고전적인 검사들과는 다르다. 한편 구분도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다른 실제 검사들보다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직관성이라고 본다. 둘째는 정체성. 결과가 마치 '너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말해주는 듯하다. '나는 뭘 좋아하지? 나는 뭘 잘하지? 나는 어떤 성향이지?'와 같은 어렵고 힘든 철학의 과정을 생략하고 누군가가 바로 정의해주다니! 깔끔하다. 재밌기도 하고. 셋째는 관심이다. 좁게는 SNS에 공유하며 타인의 반응을 기대하기도, 넓게는 오프라인에서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활용 방안
흡연과 음주
금연 및 금연을 위해 행해지는 것 중 하나가 심리와 행동에 관한 설문검사다. 이걸 MBTI처럼 만든다면? 관련해서 행해진 연구들이 많을 테니 이를 활용해 공공기관과 성격유형 검사 플랫폼의 콜라보로 만들 수도 있겠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질문
- 하루에 담배/술을 얼마나 하는지
- 주로 어느 때 하는지
- 담배/술을 할 때 자주 하는 말이나 듣는 말
- 하기 전과 후의 심리 상태
결과
- 기대 수명과 흡연/음주로 명을 달리한 유명인을 매칭
- 자주 할 거라 예상되는 말 모음
오래된 연구이긴 하나 2001년의 연구결과를 보면 흡연·음주의 이유로 스트레스 해소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진지하게 각오를 다지는 게 금연·금주에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 원인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흡연·음주 MBTI 테스트를 통해 웃고 넘기며 금연·금주를 결심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떨까. 실제 2020년 보건복지부 금연캠페인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MBTI를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으니. 아예 이런 거 잘하는 회사와 협업을 해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 유행시키면 효과가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공공기관의 색다른 마케팅 시도가 가능한지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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