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Investment

시장에 지지 않는 싸움을 하자

What is McGuffin? 자세히보기

시사/사회적 문제와 해결 아이디어

기업의 비혼 복지가 굳이 필요한가?

이여운 2023. 3. 10. 14:55
반응형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노래 가사로도 쓰일 만큼 유행한 말이다. 문화가 바뀌며 단어도 바뀌었다. 원래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미혼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결혼하지 않기로 한 상태를 포함해 비혼이라고 부른다. 비혼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며 기업의 복지 제도도 변하는 중. 여러 기업의 제도를 살펴 비혼 복지가 굳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답한다.

 

wedding


여러 기업의 비혼 복지 제도

지원금과 휴가

LG유플러스, 러쉬코리아, 그리고 SK증권 등. 비혼을 선언하면 결혼을 했을 때처럼 지원금과 휴가를 준다. 비혼 선언 이후 결혼을 하면 중복 지급은 안 된다. 여담으로 웹툰작가 주호민은 비혼주의가 결혼으로 완성이 된다고 말한 적 있다.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기타 지원

롯데백화점은 미혼자 경조 제도라고 해서 지원금과 휴가에 더해 화환 대신 반려식물을 보내준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건 신한은행. 나이와 상관없이 미혼 직원의 생일마다 결혼기념일 축하금 대신 10만원을 지급한다. 일명 욜로(YOLO) 지원금이다. 한편으로 건강 검진 대상도 기존 '본인과 배우자 1인'에서 '본인과 가족 1인'으로 변경한 바 있다.


도입 배경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듯 자발적·비자발적 미혼과 1인 가구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그럼에도 기혼자에게만 각종 혜택이 돌아가다 보니, 개인의 가치관과 선택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비혼 복지 제도가 들어선 것. 한 기사에서는 혼인과 자녀 유무에 관계 없이 모든 직원이 동등하게 복지를 누려야 한다며 기혼자 혜택이 복지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역차별이라.


필요성에 대한 의문

비혼은 존중하지만 비혼 복지의 도입 배경이 역차별이라는 데에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생일 축하 파티에 초대 받아서 갔는데, 왜 생일 주인공에게만 선물을 주고 나는 안 주냐고 따질 수 있나. 결혼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결혼 안 하겠다는 것도 축하할 일인가? 물론 지원금이라는 이름이지만. 굳이 기업이 트렌드를 쫓아 비혼 복지 제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신한은행 같은 접근이 좋다. 매년 기혼 직원의 결혼기념일에 지급하는 축하금을, 미혼 직원에게는 나이에 상관없이 생일에 지급하는 제도. 대부분의 기업이 비혼 복지에 두 가지 조건을 걸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첫째 조건으로는 나이가 어느 정도 차야 하고, 둘째는 비혼 선언을 해야 한다.


긍정적 측면

기혼자의 출산 장려

결혼 축하금과 같은 선상에 있는 비혼 지원금은, 굳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있어서 나쁠 게 없으면 놔두는 것이 맞다. 일본의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한국 기업의 비혼 복지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조명했다. 오히려 기혼자 출산이 늘 것이라는 얘기. 의외로 사내에 비판적인 의견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기혼 직원이 육아 휴직 등의 눈치를 덜 보게 돼 출산 부담이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비혼 복지가 없다면?

비혼 복지가 없을 때의 두 가지를 가정해볼 수 있다. 첫째, 결혼 축하금과 휴가 때문에 비혼주의자가 억울해서라도 결혼할 것이다. 둘째, 결혼 축하금과 휴가를 준다고 결혼하지는 않을 것이다. 후자라고 본다. 사실 누가 그런 이유로 결혼을 하겠는가. 저출산 대책의 맹점과 마찬가지다. 출산지원금으로 양육비를 메꿀 수 없듯이 말이다. 아래 글은 관련 내용.

 

저출산 원인에 대한 경제적 고찰

대한민국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들어선지 오래다. 합계 출산율(가임 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은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1년에는 0.81명에 이르렀다. 계속되는 출산 장려 정책은 큰

mcguffin.tistory.com

 

비혼 복지가 있다면?

반대로 비혼 복지가 있다면 어떨까? 결혼 안 한 입장에서는 땡큐겠고, 한 입장에서 딱히 억울할 것도 없을 듯하다. 있던 걸 가져가는 것도 아니니. 상술한 대로 부담도 덜겠고. 기본적으로 비혼 복지도 복지라는 점에서 이러한 양상이 나타난다. 기업이 인재 채용하겠다고 돈을 써 가며 개인의 가치관과 선택을 존중해주겠다는 게 핵심. 현존하는 제도야 아쉬울 거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면 되겠다만, 차라리 일회성 지원보다 신한은행 같은 접근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비혼 지원금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징적이긴 하니 그 상징성을 위해서라면 더 할 말은 없다.


'굳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단편적일지도. 스포츠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굳이 땀 흘리면서 왜 몸을 힘들게 하는지? 웬만해서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유 없는 게 있다면 그건 고치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