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증시가 폭락하자 금융위원회는 2021년 4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후 현재는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공매도가 허용된다. 2022년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액은 100조원을 넘어섰으며 공매도 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공매도가 무엇이길래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지, 공매도의 원리와 구조를 파악하고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공매도의 원리와 구조
공매도란 무엇이고 언제 시작됐는가?
공매도는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빌 공(空)을 쓴다. 영어로는 숏 셀링(short selling)이라고 하는데, 이때의 short는 '부족한'의 의미로 쓰인다고 보면 되겠다.
공매도의 유래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08년 네덜란드의 상인이자 동인도회사의 주주, 아이작 르 마이어를 효시로 본다. 그는 동인도회사의 지분을 팔아 돈을 받고 명의 이전은 나중에 해주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이 경우 매도 당시에는 실제로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도 된다. 없는 것을 팔 수 있다는 의미다. 공매도의 등장이다.
분류
기본적으로 없는 것을 판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없는 것을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크게 둘로 분류할 수 있다. 앞선 아이작 르 마이어의 공매도는 무차입 공매도로, 나중에 지분을 갚겠다는 약속만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반면 차입 공매도는 지분을 빌린 다음 파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불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차입 공매도만 허용된다.
차입 공매도는 '거래 당사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시 둘로 나뉜다. 대차거래(loan transaction)는 외국인·기관 간에 이뤄지는 거래이며, 일반적으로 금액의 규모가 크고 상환기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대차거래를 통해 차입한 주식은 당장 팔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공매도와 다른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대차거래를 통해 빌린 주식을 팔았을 때 공매도로 취급된다.
개인은 대주거래(stock loan)라고도 하는 신용거래대주를 이용해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개인이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파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대차거래와는 달리, 빌리는 즉시 매각해야 한다. 비교적 금액의 규모가 작고 상환기간도 짧다. 상환기간이나 담보 비율 등의 차이로 인해 공매도는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인의 공매도가 외국인·기관보다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공매도 | 대여 여부 | N | 무차입 공매도 | |||
Y | 차입 공매도 | 거래 대상 | 외국인 및 기관 | 대차거래 | ||
기관 - 개인 | 대주거래 |
원리와 구조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면 다시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한다. 이때의 주식 매수를 숏 커버링(short covering)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경우 매수 후 매도가 이뤄지는 것과 반대로, 공매도는 매도 후 매수를 통해 차익을 실현한다. 때문에 주가가 낮아져야 이익을 보는 구조다. 공매도를 통해 증시가 나빠질 때도 이익을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위험도 크다. 1,000원에 주식을 1주 매수했다고 가정할 때 최대 손실은 -1,000원이다. 반면 1,000원에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상환시기가 다가왔을 때 1주의 가격이 3,000원으로 올랐다면, 손실은 -2,000원이다. 이론적으로 공매도는 가격 상승에 따라 손실이 무한대가 된다.
공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대차잔고란?
공매도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대차잔고(대차거래 잔고)에 대해 알아야 한다. 대차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후 아직 갚지 않은 물량으로,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보면 된다. 대차잔고를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다.
공매도와 주가, 대차잔고의 관계
공매도가 많아진다는 것은 가격 하락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매도가 집중될 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약세장에서는 악재에 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해, 시장이 하락세일 때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차잔고의 감소는 공매도의 완화를 의미한다. 빌려 팔았던 주식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매수하는 과정(숏 커버링)에서 대차잔고가 감소하고, 이때 매수세가 강해지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통해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들에 투자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대차잔고와 주가를 곧바로 연결 짓는 것은 위험하다. 주가 상승과 대차잔고 증가가 동시에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말 중국 리오프닝 수혜주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의 경우, 집중적인 공매도에도 주가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성, 시장환경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함을 보여준다.
설령 개인이 공매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을 알아둘 필요는 있다. 공매도와 대차잔고를 참고해야 하는 이유다. 아는 만큼 보인다.
'경제 > 투자를 위한 기초 개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식 매매 구조와 매수 및 매도 옵션 (8) | 2023.01.14 |
---|---|
경제 및 경기 지표를 활용한 증시 예측 방법 (6) | 2023.01.10 |
헷갈리는 경제 용어 정리 I 금융, 지주회사, 증권, 증시 (1) | 2023.01.04 |
환율과 금리, 주가의 상관관계 (0) | 2023.01.02 |
배당락 큰 종목과 작은 종목, 원인은? (0) | 2022.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