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넷플릭스 시리즈가 있어 소개한다. 제목은 월스트리트에 한 방을: 게임스톱 사가(2022). 30-40분 내외의 영상 3편으로 구성돼 있다. 공매도와 기관투자자가 무엇인지, 주식시장의 비합리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작품이다. 주식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 시청해볼 것을 추천한다.
요약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비디오 게임, 콘솔 등 게임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게임스톱(GameStop). 미국 전역에 소매 체인점을 둘 정도로 큰 기업이었으나 코로나19에 힘입어 망해가던 중이었다. 주가도 바닥을 쳤다. 기관투자자들은 게임스톱 주가 하락에 크게 베팅했다. 그런데 레딧이라는 SNS에서 이 소식이 퍼지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게임스톱 주식을 사는 게 하나의 밈(meme)이 됐다.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는 크게 폭등했고 일부 기관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을 본다. 개인들이 뭉쳐 월스트리트에 한 방을 먹인 게임스톱 이야기(saga)다.
숏 스퀴즈
숏 스퀴즈(short squeeze)란 주가가 오를 때 공매도한 주식을 빨리 되사서 갚아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압박에 따른 행위 및 결과로 주가가 더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상승을 예상하는 포지션을 롱(long), 하락을 예상하는 포지션을 숏(short)이라고 한다. 숏 포지션에서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고 나중에 사서 갚는 방식의 공매도가 사용된다. 하락분만큼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하락하지 않고 상승한다면? 손실이 난다. 10,000원 하는 주식이 0원이 됐을 때 롱 포지션은 해봐야 손실이 10,000원이다. 그런데 주가가 50,000원으로 올랐다면 숏 포지션은 손실이 40,000원이다. 이론상 손실 범위가 무한대인 것이다.
관련 커뮤니티 및 플랫폼
레딧과 월스트리트베츠
게임스톱 주식의 숏 스퀴즈를 예측한 몇몇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WSB)라는 토론방에 글을 올리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돈이 많으면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 주식을 계속 팔거나 사면 주가가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 큰 돈을 굴리는 기관이 유리한 이유다. 그런데 레딧이 판도를 바꿨다. 다수의 개인이 모여 한 방향으로 돈을 굴리면 기관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밈을 중심으로 레딧에서 게임스톱 주식을 사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일론 머스크의 트윗도 가세했다.
로빈후드
로빈후드(Robinhood)는 수수료 없는 주식거래 앱이다. 누구나 쉽게 가입·사용이 가능해 개인들의 게임스톱 매수에 도움을 줬다. 다만 어느 순간 갑자기 매수 버튼을 없애버리면서 주가 하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영상을 참고하는 편이 좋겠다.
합리성과 비합리성
말그대로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조화를 이룬 결과가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이다. 게임스톱의 쇠퇴를 본 기관의 하락 베팅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과도한 하락 베팅은 비합리적이다. 기관의 과도한 하락 베팅을 보고 매수한 개인은 합리적이다. 다만 이미 많이 올랐음에도 폭등하는 주가에 올라탄 건 비합리적이다. 초보자도 쉽게 주식 투자가 가능한 앱을 만든 로빈후드의 의도는 합리적이다. 매수 버튼을 없앤 행위는 그저 어이가 없다.
기관이든 개인이든 누군가는 게임스톱으로 돈을 벌었을 것이며 누군가는 잃었을 것이다. 상술한 과정에서 합리적인 행동으로 손실을 보거나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이익을 본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합리성과 비합리성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흐름에 편승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확실히 글보다는 영상이 재밌다.
'문화 > Conten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니볼(2011)과 경제학의 제국주의 (1) | 2023.03.11 |
---|---|
재벌집 막내아들 결말이 아쉬운 이유 (0) | 2023.02.17 |
상상력을 자극하는 밴드 오월오일(五月五日) (2) | 2023.02.02 |
사인필드(1989), 다시 보는 미국 시트콤 (1) | 2023.01.22 |
헬'S 키친에서 찾은 지역균형발전의 가능성 (2) | 2023.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