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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필드(1989), 다시 보는 미국 시트콤

이여운 2023. 1.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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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필드는 1989-1998년에 방영된 미국의 시트콤이다. 프렌즈(Friends)나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 모던패밀리(Modern Family) 등 시트콤 장르의 미드를 재밌게 봤다면 좋은 추천작이 될 것이다. 총 9개의 시즌으로 넷플릭스에서 제공하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전설적인 시트콤, 사인필드를 소개한다.

 

사인필드 | 넷플릭스

잡다한 일상 속 주제를 다룬 전설적인 시트콤으로, 코미디언인 제리와 3명의 냉소적인 친구들이 평범한 일상과 어이없는 상황 속에서 웃음을 찾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www.netflix.com


시트콤이란?

시트콤(sitcom)은 시추에이션 코미디(situation comedy)를 줄인 말이다. 연속극과 달리 짧고 가볍다. 등장인물들이 그때그때 처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한다.


Jerry Seinfeld
Jerry Seinfeld I Flickr

 

사인필드의 구성

줄거리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다음 전개를 궁금하게 만들고 다음 화를 기다리게 한다. 사인필드는 아니다. 20분짜리의 영상을 보고 나도 딱히 다음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진 않다. 그런데 웃기다. 웃겨서 자꾸 보게 된다. 굳이 내용을 요약하자면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제리와 그 친구들의 일상' 정도가 되려나?

 

인물

주요 등장인물은 제리를 포함해 총 4명이다. 전 여자친구인 일레인, 학교 동창 조지, 그리고 앞집 이웃인 크레이머다. 각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강하다. 홍일점인 일레인은 가끔 기분에 취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지 않나, 조지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으로 가득차 있다. 그걸 본인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유쾌함이 더해진다. 크레이머는 쉽사리 보기 힘든 캐릭터다. 크레이머 특유의 과장된 표정과 제스처는 따라하기도 힘들다. 누가 옆에서 전기충격기를 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식 스탠드업 코미디의 전형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심 있다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주인공 제리 사인필드는 실제로도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며 시트콤 안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20분 내외의 에피소드 앞뒤로 일상의 소재를 다룬 제리의 짧은 스탠드업 코미디가 나온다. 빈정대며 던지는 농담에 위트가 들어간다. 메타코미디클럽이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라면, 사인필드에서는 오롯이 말로 웃기는 미국식 스탠드업 코미디의 전형을 확인할 수 있다. 메타코미디클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참고.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 메타코미디클럽

2년 전, 개그콘서트 폐지와 함께 지상파 공개 코미디는 막을 내렸다. 케이블 채널 tvN이 여전히 코미디빅리그를 방송하며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잇고 있지만 큰 흐름은 TV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mcguffin.tistory.com

 

액자식 구성

시트콤에서 액자식 구성이라니. 액자식 구성은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구성 방식이다. 제리 사인필드가 실제 인물이면서 동시에 드라마 속 주인공이기에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제리가 조지와 함께 시트콤을 만드는 에피소드는 현실과 드라마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실제 제리와 공동으로 사인필드를 제작한 래리 데이비드(Larry David)가 캐릭터 조지의 바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몰입에서 나오는 재미

시트콤의 매력은 인물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데에 있다. 오래 전 방영된 사인필드 시즌 1은 화질이 좋지 않다. 시즌을 거치며 화질이 점점 좋아지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다. 고화질에 적응된 지금에 와서 저화질 영상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즌 1부터의 감상, 이른바 정주행을 추천하는 이유는 인물의 이해와 몰입에 있다. 시즌 초반 약간의 어색함을 감수한다면 재미를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


사인필드와 프렌즈의 관계성

카메오 출연

사인필드가 먼저 방영된 이후 프렌즈 방영이 시작됐지만, OTT 특성상 무엇을 먼저 접했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거다. 재밌는 부분은 프렌즈의 '모니카', 코트니 콕스가 사인필드에선 제리의 남자친구로 나오고 사인필드의 '조지', 제이슨 알렉산더가 프렌즈에서 피비의 판매 전화를 받는 역할로 나왔다는 점이다. 둘 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인필드 시즌 5의 에피소드 17과 프렌즈 시즌 7의 에피소드 13이다.

 

같은 장르, 다른 전개

같은 장르임에도 두 시트콤은 다른 전개를 보여준다. 프렌즈의 경우 감동적인 장면들이 있다. 이를테면 사랑과 우정, 출산 등을 다룬 에피소드들이다. 반면 사인필드는 그런 게 전혀 없다. 인물들이 전혀 성장하지를 않는다. 물론 변화는 있다. 조지가 어느 날 자신의 전체 삶을 되돌아보며 다 틀렸다고 말하는 장면. 자신이 생각하고 선택한 것들이 전부 잘못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뭐든 자신이 생각한 반대로 행동하게 되고, 그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여기서 교훈을 얻을 수도 있겠다만 사인필드는 이 부분을 전혀 교훈적이거나 감동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단지 '웃음'에 집중해서 표현한다.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그러나 웃음을 빼놓지 않는 전개가 사인필드의 매력이다.


가벼운 웃음을 찾는다면 다시 보는 미국 시트콤, 사인필드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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