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조건은 간단하다. 보는 내내 들었던 의문과 쉽사리 이해가지 않는 내용들을 결말에 이르러서 한꺼번에 납득시키는 작품. 1995년에 제작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ects)가 그렇다.
유주얼 서스펙트란?
제목인 유주얼 서스펙트는 경찰 속어로,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소환 대상에 오르는 용의자를 뜻한다.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으니 일단 그 지역의 전과자 등 가능성 높은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것. 이 영화는 용의자 5명이 억울하다며 경찰에 한 방 먹이자고 작당모의를 하며 사건이 시작된다.
반전 영화
식스 센스(The Sixth Sence, 1999)와 함께 희대의 반전 영화로 꼽히는 유주얼 서스펙트. 사실 반전 영화라고 부르기 아깝다. 고도의 전략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키고 속이며 납득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한 단어로 요약하다니. 결말을 알고 봐도 재밌는 게 명작이지만 반전 영화라는 타이틀 자체가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도 맞다.
한번은 인터스텔라를 보려는데 아빠가 귀신이라는 스포일러를 듣고, 결말 나오기 전까지 귀신 나오는 공포 영화인줄 알고 봤던 기억이 있다. 반전에 복잡한 설정을 넣으면 그건 단순한 반전 영화가 아니게 된다.
명작의 조건
감상 과정
처음엔 남들이 명작이래서 봤는데 이해 안 가는 부분, 궁금한 부분들이 많다. 그러다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이해도 되고 궁금한 것도 조금씩 풀린다. 몰입해서 본다.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 자신의 예상이 틀렸음을 깨닫고 한순간 모든 게 납득된다. 머릿속으로 첫 장면부터 다시 되짚는다.
결말 해석?
명작이 재밌는 건 안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감독의 의도를 멋대로 해석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복선을 파악하고 영화를 이해하는 정도와 타이밍이 각기 다르다는 의미다. 덕분에 명작들에는 흥미로운 결말 해석 콘텐츠가 많다. 근래 열린 결말의 영화가 부쩍 많아진 듯한데 열린 결말을 해석하는 건 상상력일뿐이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감독이 숨긴 복선과 놓칠 만한 포인트들을 찾아 결말과 연결 지어 내놓는 게 진정한 결말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유주얼 서스펙트를 감상한 후 읽을 만한 글을 소개한다. 2007년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에 올라온 글인데 왜 올린 건지는 모르겠다. 선입견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영화에 사용된 장치를 세세하게 설명한다. 재밌다.
영화 추천
상술한 조건에 동의한다면 재밌게 볼 영화들을 추천한다.
메멘토(200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스릴러.
엽기적인 그녀(2001). 곽재용 감독. 코미디.
올드보이(2003). 박찬욱 감독. 액션, 스릴러.
이터널 선샤인(2004). 미셸 공드리 감독. 로맨스/멜로, SF, 코미디.
인터스텔라(201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SF.
겟 아웃(2017). 조던 필 감독. 공포.
어스(2019). 조던 필 감독. 공포/스릴러.
기생충(2019). 봉준호 감독. 드라마.
명작의 정의는 연출에 대한 경탄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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